女性 대통령에 대한 성희롱 수준의 보도
한국 언론사상 최악의 誤報와 왜곡 연구-主流매체를 중심으로(2)/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제대로 정정 보도를 한 언론은 없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서 거의 모든 언론은 여성 대통령에 대한 모독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선진국 언론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였다.
언론은 합리적인 의혹 제기를 넘어 헌정(憲政) 사상 여성으로는 처음 당선된 대통령이자 未婚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각종 추측성 보도를 통해 사생활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태민과 방에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더라, 차은택이 매일 밤 청와대를 드나들었다고 하더라, 비아그라를 구입했다고 하더라, 미용을 위해 제2의 프로포폴로 분류되는 의약품을 구입했다고 하더라 등의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이런 보도 역시 국정조사와 추가 취재, 해명 자료를 통해 대다수 거짓으로 드러났다. 여성 대통령이기에 더 논란이 컸을 선동 사례를 소개한다.
언론과 네티즌이 만들어 낸 환상
조선일보 11월24일 온라인판에 따르면 TV조선이 지난 7월 ‘뉴스쇼 판’ 프로그램을 통해 차은택 감독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獨對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현재 TV조선 홈페이지에서 위 기사는 확인되지 않아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해 소개한다.
<차은택 CF감독과 박근혜 대통령이 수시로 독대를 가졌다는 주장이 재조명 되고 있다. 앞서 7월 TV조선 ‘뉴스쇼 판’에서는 차은택 감독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박근혜 대통령과 심야 독대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 문화계 관계자는 “(차씨가) 청와대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드나들었다. 저녁시간에 가서 (대통령과) 만났다고 본인이 그랬다”고 증언했다.>
위와 같은 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에서는 차은택 씨와 고 최태민 씨의 생긴 모습이 비슷하다는 점, 비아그라를 구입했다는데 대통령이 차은택과 사용하기 위해 이를 구입한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이 불거졌다.
조선일보 11월24일 온라인판 기사 후반부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네티즌은 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었던 최태민과 차은택 감독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을 게재해 인터넷 커뮤니티상에서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는 차 감독의 눈에 최태민 씨가 쓴 안경을 합성한 사진을 비교하면서 “박 대통령이 차 감독을 아낀 이유”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을 비롯한 다수 언론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이러한 네티즌의 합성 사진을 토대로 의혹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했다.
차은택 씨는 최근 국정조사에서 밤마다 청와대를 드나들었냐는 질문을 일축했으며 회의를 제외하고는 청와대를 찾은 적이 없다고 했다. 국정조사 一問一答 중 이와 관련된 부분을 소개한다.
<박범계 의원 (이하 박): 본인 최초 인터뷰에 의하면 청와대에 일주일에 두세 번, 늦은 밤에 들어갔다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차은택 (이하 차): 절대 아니다박: 그런 인터뷰 한 적 없나?차: 안했다. 박: 청와대에 밤에 들어간 적 있나, 없나?차: 절대 없다.>
이 질의 중 박 의원이 ‘본인 최초 인터뷰’라고 인용한 것은 7월 TV조선 '뉴스쇼 판'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차 씨는 이를 전면 반박했다.
TV조선은 국정조사 이후 <차은택 “사적으로 청와대 출입한 적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지만 자신들의 최초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는 내놓지 않았다. 같은 날 TV조선 뉴스쇼 판은 <몰락한 황태자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차은택 씨가 “권력 탐하다 ‘타락의 길’로 갔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팀은 12월11일 “차은택 씨의 청와대 출입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이는 차 씨의 증언을 뒷받침한다.
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은 <청와대 ‘보안손님’ 차은택>이라는 칼럼을 지난 12월7일 게재했다. 차은택 씨가 국정조사에서 청와대에 밤에 출입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12월7일 이전에 작성한 내용이다. 칼럼 일부를 소개한다.
<대면접촉을 그토록 싫어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심야시간대에까지 차 씨를 만났다는 건 분명히 이례적이다. 평소 차 씨는 대통령을 독대한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차 씨가 ‘문화계 황태자’로 문화를 넘어 국정 전반을 농단한 배경에는 이러한 사적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40일 간의 도피생활 끝에 귀국한 지난달 초 “대통령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 있다”면서도 독대는 “정말로 없다”고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정성희 논설위원은 TV조선 뉴스쇼 판에서 제기한 의혹을 제기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두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단정했다. 차 씨가 본인 입으로 아니라고 했어도 뉴스쇼 판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문화계 관계자’의 말을 더 신용한 것이다. 그는 다른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프로포폴과 비아그라 역시 루머
동아일보는 11월23일 단독으로 “靑, 전신 마취제·탈모제 등 ‘제2의 프로포폴’ 다량 구입”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일부를 소개한다.
<청와대가 2014년 3월 이후 구입한 약품 중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 마취제와 탈모제 등을 다량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그간 사용 의혹이 제기돼온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품 등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이 가운데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돼온 프로포폴의 효능에 관련된 약품이 있어 눈에 띈다.>
프로포폴에 대한 의혹은 소위 ‘세월호 7시간’ 의혹과 맞물려 확산됐다. 즉,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발생 당일 7시간 동안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는데 프로포폴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은 일부 좌파 인사들로 인해 번지게 됐다. 당일 얼굴을 보니 피부과 시술을 받은 것 같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11월23일 단독으로 “청와대, 국민 세금으로 비아그라까지 샀다”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청와대가 일명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이라고 불리는 영양·미용 주사제를 대량으로 구입한 것이 확인된 가운데 구매목록에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팔팔정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고 시작한다. 이어 기사는 “박 대통령이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를 샀으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와 같은 박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루머가 번지자 11월23일 대변인을 통해 이를 해명했다. 청와대는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마취제 에토미네이트 구매와 관련해 “신속한 기관 삽관을 위한 응급약품으로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필수 약품”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약품은 프로포폴 성분이 전혀 아니다”라며 “초응급 상황에서 기관 삽관을 위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종의 근육 진정제”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비아그라 구입과 관련 “아프리카 순방 때 高山病 예방용이자 치료용으로 구입한 것”이라며 “청와대 의약품 구입자료에 대해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어 의무실장에게 물어서 확인한 내용”이라고 했다. 대변인은 “너무 엉뚱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심해도 너무 심하다”며 “자중을 바란다”고도 했다.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은 12월5일 국회에 출석해 “비아그라는 폐부종 등 고산병에 쓰이는 약이라 (콜롬비아 보고타) 순방 때 가져갔는데,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식 용어인지 모르는 ‘제2의 프로포폴’과 ‘비아그라 복제약’ 모두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나 언론은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청와대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진실 확인은 못하고 의혹만 키우는 언론
YTN은 11월17일 <세월호 당일 간호장교 靑 출장···’7시간’ 열쇠 되나?>라는 제하의 단독 보도를 했다. 당시 보도를 일부 소개한다.
<세월호 참사 당일 국군 수도병원 간호장교가 청와대로 출장 간 기록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혹에 휩싸인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지 주목됩니다. 사고 7시간 만에 공식 석상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엉뚱한 질문을 던집니다. TV에서 생중계되던 내용조차 모르고 7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대해 성형 시술이나 무속 행사에 참석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끝없이 제기됐습니다.···경기도 성남에 있는 국군 수도병원 간호장교가 세월호 침몰 당일 오전 청와대에 출입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습니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 장교의 청와대 출장 기록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대변인은 당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해 본 결과 국군수도병원에서 간호장교가 출장을 한 기록은 없다”며 “청와대 의무실에도 확인했더니 청와대에 온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혹시 다른 이름으로 왔을 수도 있나 싶어서 경호실에도 확인을 했더니 국군수도병원 출입자는 없었다. 관련 보도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YTN은 이와 같은 청와대 해명 글을 기사에 소개했지만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를 인용해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해명 이후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당시 청와대에 있던 간호장교는 국군수도병원 간호장교가 아니라 청와대에 상주하는 서울지구병원 소속 장교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YTN의 '국군수도병원 소속 간호장교'라는 단독보도는 타 언론 취재와 청와대 해명을 통해 우선 오보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YTN은 정정보도는 하지 않고 청와대 입장을 소개하는 새로운 기사만 실었다.
이어 경향신문은 12월5일 <서울지구병원장 출신 군의관, 이례적 장군 진급>이라는 단독 보도를 내놨다. 기사 일부를 소개한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청와대 의무실이 양파처럼 벗길수록 새로운 의혹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 당시 국군서울지구병원장이었던 군의관이 최근 군 정기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장군으로 진급한 사실이 4일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특과인 의무병과의 경우 육본 의무실장 직위를 후배기수가 아닌 동기생이 2년 후 장군으로 진급해 물려받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장군으로 진급된 이 군의관은 전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기에 진급했다는 식, 즉 증거는 없으나 정황만 있는 인신공격적 보도의 一例다.
장군으로 진급된 이 군의관은 전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기에 진급했다는 식, 즉 증거는 없으나 정황만 있는 인신공격적 보도의 一例다.
워싱턴 특파원단은 세월호 당일 청와대에서 근무한 간호장교 두 명 중 한 명인 조 모 대위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조 씨는 “사건 당일 내 기억으로는 관저에 가지도 않았고, 의료와 무관하게라도 그날 박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는 또 다른 청와대 간호장교인 신 모 대위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은 ‘세월호 7시간’을 숨겨주는 대가로 미국 연수를 간 게 특혜는 아닌지,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에서 보톡스 주입이나 주름제거 등 미용시술을 받았는지를 물었다. 이에 조 씨는 특혜 여부에 대해 “정상적 서류를 통해 연수를 왔다”고 밝혔으며 “정맥 주사나 피하 주사를 놓은 적은 있지만 주사 성분은 의무실장과 주치의가 결정한다”고 밝혔다.
특파원단은 ‘비선진료’ 및 ‘프로포폴’ 투여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조 씨는 의료법을 거론하며 “환자 정보의 공개는 의료법상 기밀누설 금지 조항에 위반되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충분히 설명되는 내용이지만 언론사별로 보도 내용이 달랐다. 일부 언론사별 위 내용 관련 기사 제목을 소개한다.
<노컷뉴스: 세월호 때 靑 간호장교 입은 열었지만··여전한 의혹문화일보: 朴 태반·백옥주사·프로포폴 시술했나?···”말할 수 없다”한겨레: ‘미 연수’ 간호장교 “박대통령 백옥·태반주사 여부 답변 못해”스포츠경향: 핵심 질문 대답 비켜간 ‘세월호 7시간’ 청와대 근무 간호장교동아일보: 미국연수 간호장교 “세월호 사고 당일, 박대통령 진료 없었다”>
사실 확인은 아무도 하지 않은 채 의혹만을 제기하는 지난 3개월 간의 언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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