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 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국정조사 3차 청문회(12월 14일)에서 공개한 최씨 통화 녹취록은 맥락이 왜곡된 짜깁기란 사실이 확인되었다. 검찰은 24일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공판에서 최씨와 노승일 K스포츠 부장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박영선 의원이 최씨가 귀국 전인 작년 10월 말경 노씨에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에 대한 증언 지침을 내렸다고 폭로한 통화 내용이었다.

요컨대 최순실이 자신이 유리하도록 증언을 조작할 것을 노씨 등에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녹취록 전문을 보면 오히려 노승일 K스포츠 부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최순실의 발언을 교묘히 유도하고 이끈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도 노승일은 당시 검찰 수사에 협조 중이었다. 진술하기로 돼 있었다고 한다. 노씨 스스로도 자신과 고영태가 최씨 자료를 수집 중에 있었고 어떤 자료라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녹음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노승일은 담당 검사로부터 최순일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통화를 녹음한 이유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가 뜬금없이 최순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하는 것부터 석연치가 않다.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그게 무슨 뜻인가. 그러니 대통령 대리인단이 검찰이 노승일을 이용해 통화를 녹음하도록 한 함정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노씨는 그때 최씨와 통화하면서도 자신이 검찰에 수사를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순실에 전혀 말하지 않았다.

녹취록을 보면 노승일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최순실을 안심시키려 다독이는 듯한 말들을 한다. 어찌됐든 이번에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은 박 의원이 폭로 당시에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던 최씨 발언 앞뒤 맥락까지 나와 있어 이 사건의 대강의 감이 온다. 최서원이 증언을 조작하도록 지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계자들이 검찰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황파악에 열중한 정황들이 나온다.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 담긴 사실과 진실

박영선이 3차 청문회에서 공개한 통화내용 녹취 파일은 2가지였다. 하나는 최순실이 "나랑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러면 가방 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예전에 지인을 통해 알았는데 그냥 체육에 관심이 있어서 연결해줘서 내가 도움을 (받았다)’" 또 "고원기획은 이야기하지 말고 다른 거를 하려다가 도움을 못 받았다 이렇게 나가야 할 거 같아"라고 말했다는 것이 최순실의 증언 지침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검찰 녹취록 원문을 보면 상당히 다르다. "그, 나랑 어떻게 알았냐 그러면, 가방관계 내가 납품했다 그러지 말고, 옛날에 뭐 이렇게 지인을 통해서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로인가 뭘로, 그걸 통해서 왔고, 그냥 체육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이렇게 연결이 돼서 내가 많은 도움을…사실 고원기획이고 뭐고 이렇게…저기 고원기획은 얘기를 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해 가지고 이렇게 할래다가, 도움을 받을라 그랬는데 도움을 못 받았다, 이렇게 나가야 될 것 같애" 여기까지는 최순실이 고영태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밝히길 꺼려한다는 느낌이 분명히 든다.

이후 이어지는 통화내용이 중요하다. "그래서, 회사가 운영이 안 돼서 다, 이렇게 튀었다 그러고, 지금 류 부장하고 얘네들이 우리 이 정권을 무너뜨릴라고 지금 그러고 있기 때문에, 그거를 고가 굉장히 자제해야지, 안 그러면 저기를 할 것 같애. 그리고, 음…그 타블렛을 지금 그, 우리 블루케이가 그 사무실에 나, 있잖아. 책상이 거기에 남아 있잖아. 거기다가 얘가 올렸다고, 음…얘기를 할, 하는 것 같더라고. 그러니까, 그런 일은 있을, 있을 수도 없고, 말이 안 된다. 내 타블렛이…그렇게 얘기를 해야 되는데, 요 새끼가 그걸 갖다 놓고서 그렇게 JTBC랑 짜갖고 그렇게 할라고 그러는 것 같애." "아…(한숨)…다 잡아 넣을라고 그러는거야 지금, 그러니까 그거를 고가 정신을 반짝 차리고, 이성한이 지금 배신했기 때문에 그 얘기를 잘해야 될 것 같아요" 최순실은 고영태로부터 정권 말에 게이트를 터트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통화에서도 그 점이 살짝 드러나는데, '류 부장하고 얘네들이 이 정권을 무너뜨릴라고 그러는데 고(고영태)가 자제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고영태가 그들과 같이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휘둘려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이 녹취록을 보면 최서원은 앞뒤 맥락상 태블릿PC 사기극도 이미 진즉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타블렛이…그렇게 얘기를 해야 되는데, 요 새끼가 그걸 갖다 놓고서 그렇게 JTBC랑 짜갖고 그렇게 할라고 그러는 것 같애."에선 최서원 왈, '내(최순실 자신) 타블렛이라고 이야기 하게 만들려고 요 새끼가 그걸 갖다 놓고 JTBC랑 짰다'로 들린다.

고영태로부터 평소 게이트 협박을 받았다고 하니 아귀가 딱 맞지 않나. 박영선의 두 번째 파일에서 최순실은 "큰일 났네. 그러니까 고(고영태로 추정)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했다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라고 말한다.

박영선, 최순실 누가 더 비양심적인가

그러나 이 통화내용과 관련해서 박영선이 공개하지 않은 내용에는 최순실이 "왜냐면 잘못하면 쟤네들, 쟤네들 유 부장하고 쟤네들 좋은 일만 시키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돼. 뒤집어씌울라 그래, 우리한테" 라고 말했다거나, "에휴, 내려 앉힐라고 지금 그러니 큰일 났네" 등의 말도 있다. 이렇게 최순실이 한 말 전후 맥락까지 보면 박영선과 언론이 주장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최순실이 이 사건 조작의 주동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뒤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박영선이 짜깁기한 내용만 보고 최씨가 태블릿PC를 JTBC가 훔쳐 조작한 것으로 몰아야 한다는 지시라는 의미로 보도했다. JTBC 첫 보도가 10월 24일이니 그 보도를 보고 최씨가 대응책을 전화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녹취 전문을 보면 최씨가 자신이 죄를 뒤집어쓸까봐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것, 이성한이 돈을 요구했다는 것 등 모든 사실관계를 분리시켜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로 발언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박영선은 노승일로부터 17분에 가까운 통화내용 중 단 몇 개 발췌된 파일 정도만 얻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통화 내역 전체를 들으면 최순실이 사건을 꾸미고 대응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얼마나 어리석은 주장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박영선은 일부 발췌내용만 공개해 결과적으로 팩트를 조작하고 여론을 조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박영선은 2010년 4월 천안함 국정조사에서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고 한준호 준위 유족에게 흰봉투를 전달하는 사진을 제시하면서 금일봉이라고 우겼다가 나중에 위로편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엔 조여옥 대위의 항공편 문제를 가지고 억지를 썼다. 만약, 국회의원이 자기 입장과 입맛에 따라서 짜깁기로 여론의 왜곡을 부추기면 그 나라의 미래는 볼 장 다 본 것이다. 특히나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다루면서 이런 식으로 꼼수를 부려선 안 된다. 박영선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박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