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봉 고려대 교수가 쓴 글인데 일독해봐라

일찌기 손자도 내부의 적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북한의 소형 무인정찰기가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시설과 지형을 촬영한 것이 발각되었다. 무인기가 우리의 중요한 정보를 수집한 것은 명백한 간첩(間諜)행위다.

“옛 사람들이 간첩을 활용한 것은 그 묘한 것이 한 가지만이 아니다(古人用間 其妙非一). 군대를 이간질하기도 하고(有間其軍者), 친한 자를 이간질하기도 하며(有間其親者), 현자와 유능한 자를 이간질하기도 하고(有間其賢者能者), 협조자를 이간질하기도 하며(有間其助者), 이웃나라를 이간질하기도 하고(有間其隣好者), 좌우측근을 이간질하기도 한다(有間其左右者). 고(故)로 간첩의 길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間道有五焉).”라고 손자병법 용간편(用間篇)에 나와 있다.

다섯 가지 간첩의 종류는 그 소임에 따라 향간(鄕間), 내간(內間), 반간(反間), 사간(死間), 그리고 생간(生間)으로 나눈다. 향간은 적국(敵國)의 간첩으로 활동하는 아국(我國)의 민간인이다. 내간은 적국의 간첩으로 활동하는 아국의 공무원이다. 반간은 이중간첩이다. 사간은 체포되어 거짓 정보를 흘려 아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적국의 간첩이다. 생간은 아국에서 첩보활동을 한 후 살아 돌아가는 적국의 간첩이다.

향간과 내간은 국가기밀과 산업비밀 등 중요한 정보를 적국에 보내는 역적이다. 반간과 사간은 아국의 유능한 인재를 제거하기 위해서 활용되고, 아국과 우방을 이간질시키며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해서도 활용된다. 생간은 모든 간첩활동을 한다.

적국의 간첩이 위장전술의 일환으로 표준말을 구사하듯이, 적국의 무인기가 아국의 물자를 사용하는 것 역시 위장 전술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기가 한국의 아래한글 글자체를 사용했다고 하여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적의 의도에 휘말리는 꼴이다.

이번에 백령도와 파주 그리고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아국의 중요한 시설과 지형을 촬영해서 중요한 정보를 빼내가는 향간과 내간의 역할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군 당국이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를 했지만, 무인기가 북한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국론 분열 상황은 간첩활동을 한 무인기가 대한민국 내부를 이간질시키는 사간의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인기가 추락해서 돌아가지 못했지만, 만약 촬영한 사진을 송신했다면 이는 생간의 역할까지 모두 수행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이 보낸 사간과 생간보다 내부를 이간질시키는 내부의 역적인 향간과 내간이 더 위협적이다. 독일통일 전에 동독을 위해 간첩활동을 했던 서독의 민간인 향간들과 공무원 내간들이 있었음이 통일 후에 밝혀졌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