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심수미 기자와 태블릿 PC 7시간의 미스터리
우종창 기자의 심층 취재/ 박근혜 인민재판의 내막② 문제의 테블릿을 기자가 가져가도록 도운 건물 관리인은 해산된 통진당의 전 당원이었다.
禹鍾昌 조갑제닷컴 객원기자․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
JTBC는 2016년 10월 24일 오후 8시 '뉴스 룸' 시간에서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 국가기밀과 관련된 200여 건의 문서를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JTBC의 이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 마음까지 돌리게 만든 충격적인 폭로였다. 이른바 「태블릿 PC」 파문의 시작이다.
JTBC의 이날 보도는 네 꼭지의 「단독 보도」, 즉 특종기사로 채워졌다. ▲「단독」최순실 PC 파일 입수…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 받았다, ▲「단독」발표 전 받은 '44개 연설문'…극비 '드레스덴'까지, ▲「단독」국무회의 자료·첫 지방자치 업무보고도 사전에… ▲「단독」'비서진 교체'도 사전 인지…작성자는 대통령 최측근 참모 등이다.
이 네 개의 특종기사 출처에 대해 JTBC는 손석희 앵커의 첫 멘트를 통해 '최순실씨 것으로 확실시되는 개인 컴퓨터에서 확인했다'고 밝혔고, 이어지는 김필준 기자의 보도에서는 '최순실씨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이라고 공개했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10월 25일 오전 11시56분, 연합뉴스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인용, '검찰이 어제 저녁 JTBC로부터 삼성 태블릿 PC 1개를 수령했다. 파일 내용은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최순실 개인 컴퓨터」는 졸지에 「태블릿 PC」로 바뀌어졌고, JTBC 역시 10월 25일 보도부터 태블릿 PC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태블릿 PC 파문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입수 경위다. 태블릿 PC 보도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자, JTBC는 첫 보도 후 한 달 보름이 지난 12월 8일 오후 9시 '뉴스 룸'시간에서 손석희 앵커가 심수미 기자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스스로 공개했다. 심수미 기자가 밝힌 입수 경위를 요약하면 이렇다.
'처음 태블릿을 발견한 건 지난 10월 18일이었습니다. 서울 신사동의 더블루케이 사무실이었습니다. 사무실은 이미 이사를 가고 텅 비어 있었습니다.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지금 보시는 이 책상입니다. 당시 건물 관리인은 다른 언론사에서 찾아온 기자가 1명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저희는 건물 관리인의 허가를 받고 빈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황급히 떠나면서 놓고 간 집기와 자료 등이 있었는데, 책상에 태블릿 PC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갤럭시탭 초기 모델인데 하도 오래 쓰지 않아서 전원이 꺼진 상태였고 당시 현장에는 충전기도 없었습니다. 아예 켤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구형 모델이라서 요즘에 사용하는 휴대전화 충전기를 쓸 수가 없어서 저희는 전문센터에서 이 모델에 맞는 충전기를 사야 했습니다. 충전기를 사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충전기를 꽂은 상태에서 그때서야 비로소 태블릿 PC를 열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태블릿 PC를 열었을 때 볼 수 있었던 파일은 6가지 종류에 불과했습니다. 일단 거기까지만 취재를 하고 그 자리에 두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최순실씨가 이 사무실을 떠날 때 문을 열어두고 간 상태였고,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 부동산 중개인 등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누군가 훔쳐갈 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또 최씨가 사람을 보내서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 라는 의혹들이 계속해서 불거진 상황이어서 은닉되거나 파기할 우려가 너무나 컸습니다.
저희 내부에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는데, 태블릿을 가져와서 복사를 한 뒤에 검찰에 제출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틀 뒤 20일에 사무실로 가져왔고, 당초 계획했던 대로 보도 당일인 24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드라마틱하게 설명한 심수미 기자의 이 보도는 그러나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관리했던 노광일씨의 법정 진술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다. 노광일씨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이 입주했던 부원빌딩 건물 관리인이다.
노광일씨는 「최서원 사건」의 증인으로 지난 4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 출석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태블릿 PC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건물 관리인 노광일씨를 변호인 측 증인으로 여러 차례 신청하였으나 검찰 측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합의22부․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권유를 검찰이 마지못해 받아들이면서 노광일씨는 드디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경재 변호사는 변호인 신문에서 맨 먼저 노광일씨가 부원빌딩 건물 관리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증인은 정당에 가입한 사실이 있지요'라고 질문했다. 노광일씨는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통진당 당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노씨는 답변에서 '본래 통진당 당원이었으나 통진당이 해산된 후 정의당 당원이 되었고,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고 진술했다.
JTBC 기자가 고영태씨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던 태블릿 PC를 가져간 경위에 대한 이경재 변호사의 질문에 노광일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2016년 10월 18일 오전 11시쯤, 남자 한 명이 찾아 왔다. 신분을 물어보니까 JTBC 김필준 기자라고 말했다. 더블루케이 사무실 문을 열어 주니, 김필준 기자가 책상 속에 있던 태블릿 PC를 꺼내 들고 나왔다. 그 후 일곱 시간쯤 지나, 내가 퇴근할 무렵에 김필준 기자가 다시 나타나 태블릿 PC를 책상에 넣어 두고 갔다. 김필준 기자는 이틀 후(10월 20일)에 다시 찾아와 태블릿 PC를 가져갔다.'
노광일씨 증언으로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태블릿 PC를 가져간 사람은 JTBC 김필준 기자라는 사실이 처음 공개되었고, '충전기를 사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충전기를 꽂은 상태에서 비로소 태블릿 PC를 열어볼 수 있었다'라는 심수미 기자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법정에 있던 공판 간여검사들의 안색이 일순 어둡게 변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김필준 기자가 태블릿 PC를 갖고 간 지 7시간 만에 되돌려 주었는데, 이 일곱 시간 동안 JTBC 측이 태블릿 PC를 가지고 무슨 농단을 벌였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미 기자의 보도 중에 틀린 내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심수미 기자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의 관리 상태와 관련하여 '최순실씨가 이 사무실을 떠날 때 문을 열어두고 간 상태였고,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 부동산 중개인 등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보도했으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더블루케이 사무실은 보안업체 캡스에서 관리하며, 출입구엔 지문인식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지문이 등록된 사람만 문을 열 수 있는 구조인데, 지문을 등록해 놓은 사람은 고영태, 박헌영, 전지영, 이인훈씨 등 4명뿐이다. 전지영씨는 더블루케이 여직원이고, 이인훈씨는 고영태씨 사촌이다. 이인훈씨 지문이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은 더블루케이가 고영태씨 개인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입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심수미 기자의 보도와 달리, 그 사무실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심수미 기자는 태블릿 PC를 최초로 입수하고 공개한 취재로, 2016년 연말에 한국여기자협회에서 주는 '올해의 여기자 상(賞)'을 수상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심수미 기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심수미 기자는 '회사에서 인터뷰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필준 기자의 핸드폰에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통화를 요청했으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30대 초반인 심수미 기자가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취재를 열심히 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JTBC가 태블릿 PC 보도를 하기 보름 전인 10월 5일, 심수미 기자는 고영태, 이성한씨를 만난 적이 있다. 이 무렵 고영태씨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OO시청 펜싱팀 감독에게 소개를 부탁할 정도로 만나기가 쉽지 않은 '거물급' 인사였다.
그런 거물을 심수미 기자는 2시간 동안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이 만남을 주선한 사람이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이었던 이성한씨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이성한씨는 고영태씨가 나타나자마자, 뜬금없이 '최순실씨 취미가 뭐지?'라고 물었다. 기자의 취재 본능을 건드린 것이다. 여기자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고영태씨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며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고영태씨의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고씨는 검찰조사에서 '2016년 1월경, 최순실이 자신의 방에서 문서작업을 하다가 "프린터가 안 되니 도와 달라"고 하여, 다른 직원과 함께 최순실의 방에 가 보았더니 최순실의 책상 위 노트북 화면에 대통령의 연설문이 띄워져 있었고, 최순실이 문서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의 연설문이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한 차례 진술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연설문이 대통령의 연설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서 쉽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검사도 추궁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성한, 고영태씨의 말에 심수미 기자는 쉽게 말리지 않았다. 심수미 기자는 이들의 주장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심수미 기자는 JTBC 12월 8일자 '뉴스 룸' 시간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고영태씨는 "최순실씨가 탭을 끼고 다니면서 수시로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수정한다"라는 말을 했고, 이성한씨가 이를 부연하였습니다. 고씨는 최순실의 태블릿 PC 수정과 관련해서 말을 하면서, 최순실이 하도 많이 고쳐서 화면이 빨갛게 보일 지경이라는 표현도 했었습니다. 충격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이 나눴던 거에요. 그 말만 듣고서는 기사를 쓰는 것이 정말 불가능했었는데, (10월 18일에) 태블릿 PC를 발견하면서 (최순실의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보도를 하게 된 겁니다.'
이성한씨는 한겨레신문이나 JTBC 기자들을 의도적으로 만나, 30억 5천만원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대통령과 최서원씨의 관계였다. 이렇게 되자 한 번 시작한 이성한씨의 폭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밖에 없었고, 한미약품 30억 5천만원 건은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태블릿 PC와 관련된 JTBC의 첫 보도에서 국민들을 가장 실망시킨 것은 「드레스덴 연설문(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의 사전 유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행한 이 연설은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對北) 제안인데, 이 중요한 연설문이 최서원씨에게 사전 유출되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허탈해했다.
이 연설문의 사전 유출에 대해 정호성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교안보수석실에서 초안을 작성하여 연설기록비서관실로 보내면, 수정을 거쳐 부속비서관실로 보고됩니다. 드레스덴 연설문의 경우, 중요한 연설문이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많은 수정작업을 거듭하여 거쳤고, 독일 현지에서도 수차례 수정작업을 거듭한 기억이 있습니다. 독일 현지에서 수정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최순실과 공유하고 있던 이메일을 이용하여 최순실의 의견이 어떤지 문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호성 비서관의 진술을 종합하면, 최서원씨는 드레스덴 연설문의 수정작업에 관여했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정호성 비서관이 최서원씨에게 보낸 드레스덴 연설문은 초안은 검은 글씨로, 수정안은 빨간 글씨로 표시돼 있는데, JTBC는 빨간 글씨로 표시한 수정안 전부를 마치 최서원씨가 고친 것처럼 보도했다.
이는 전형적인 왜곡, 과장보도에 해당한다. JTBC가 첫 보도에서 「최서원씨는 드레스덴 연설문 수정작업에 관여했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렸더라면 국민의 실망감은 그토록 크지 않았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다음날 JTBC 보도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겨레신문 10월 25일자 보도다. JTBC의 특종보도에 자극받은 한겨레신문은 그동안 묵혀 두었던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 이성한씨 인터뷰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터뜨렸다.
김의겸 선임기자와 류이근 기자 이름으로 보도된 한겨레신문 2016년 10월 25일자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은 최씨와 가까웠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9월7일부터 9월25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16시간 동안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말한 내용이다.」
한겨레신문은 이 기사를 보도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씨의 증언은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나, 한겨레가 지난 두 달가량 취재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데다, 제이티비시(JTBC)가 24일 방영한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미리 열람하고 수정까지 했다’는 내용과도 부합하는 것이어서 보도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제보자 이성한씨가 검찰 조사에서 '기자가 허위 사실을 기사화하였다'고 진술했지만, 한겨레신문은 끝내 정정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 무렵 「8선녀」라는 존재하지도 않은 비선모임이 주류 언론을 장식했고, 종편에 출연한 정치평론가 혹은 시사전문가들은 이를 앵무새처럼 하루 종일 읊조렸다.
그렇다면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의 진실은 무엇일까. 다음 회에 계속된다.(계속)
JTBC는 2016년 10월 24일 오후 8시 '뉴스 룸' 시간에서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 국가기밀과 관련된 200여 건의 문서를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JTBC의 이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 마음까지 돌리게 만든 충격적인 폭로였다. 이른바 「태블릿 PC」 파문의 시작이다.
JTBC의 이날 보도는 네 꼭지의 「단독 보도」, 즉 특종기사로 채워졌다. ▲「단독」최순실 PC 파일 입수…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 받았다, ▲「단독」발표 전 받은 '44개 연설문'…극비 '드레스덴'까지, ▲「단독」국무회의 자료·첫 지방자치 업무보고도 사전에… ▲「단독」'비서진 교체'도 사전 인지…작성자는 대통령 최측근 참모 등이다.
이 네 개의 특종기사 출처에 대해 JTBC는 손석희 앵커의 첫 멘트를 통해 '최순실씨 것으로 확실시되는 개인 컴퓨터에서 확인했다'고 밝혔고, 이어지는 김필준 기자의 보도에서는 '최순실씨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이라고 공개했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10월 25일 오전 11시56분, 연합뉴스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인용, '검찰이 어제 저녁 JTBC로부터 삼성 태블릿 PC 1개를 수령했다. 파일 내용은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최순실 개인 컴퓨터」는 졸지에 「태블릿 PC」로 바뀌어졌고, JTBC 역시 10월 25일 보도부터 태블릿 PC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태블릿 PC 파문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입수 경위다. 태블릿 PC 보도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자, JTBC는 첫 보도 후 한 달 보름이 지난 12월 8일 오후 9시 '뉴스 룸'시간에서 손석희 앵커가 심수미 기자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스스로 공개했다. 심수미 기자가 밝힌 입수 경위를 요약하면 이렇다.
'처음 태블릿을 발견한 건 지난 10월 18일이었습니다. 서울 신사동의 더블루케이 사무실이었습니다. 사무실은 이미 이사를 가고 텅 비어 있었습니다.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지금 보시는 이 책상입니다. 당시 건물 관리인은 다른 언론사에서 찾아온 기자가 1명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저희는 건물 관리인의 허가를 받고 빈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황급히 떠나면서 놓고 간 집기와 자료 등이 있었는데, 책상에 태블릿 PC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갤럭시탭 초기 모델인데 하도 오래 쓰지 않아서 전원이 꺼진 상태였고 당시 현장에는 충전기도 없었습니다. 아예 켤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구형 모델이라서 요즘에 사용하는 휴대전화 충전기를 쓸 수가 없어서 저희는 전문센터에서 이 모델에 맞는 충전기를 사야 했습니다. 충전기를 사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충전기를 꽂은 상태에서 그때서야 비로소 태블릿 PC를 열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태블릿 PC를 열었을 때 볼 수 있었던 파일은 6가지 종류에 불과했습니다. 일단 거기까지만 취재를 하고 그 자리에 두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최순실씨가 이 사무실을 떠날 때 문을 열어두고 간 상태였고,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 부동산 중개인 등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누군가 훔쳐갈 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또 최씨가 사람을 보내서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 라는 의혹들이 계속해서 불거진 상황이어서 은닉되거나 파기할 우려가 너무나 컸습니다.
저희 내부에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는데, 태블릿을 가져와서 복사를 한 뒤에 검찰에 제출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틀 뒤 20일에 사무실로 가져왔고, 당초 계획했던 대로 보도 당일인 24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드라마틱하게 설명한 심수미 기자의 이 보도는 그러나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관리했던 노광일씨의 법정 진술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다. 노광일씨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이 입주했던 부원빌딩 건물 관리인이다.
노광일씨는 「최서원 사건」의 증인으로 지난 4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 출석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태블릿 PC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건물 관리인 노광일씨를 변호인 측 증인으로 여러 차례 신청하였으나 검찰 측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합의22부․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권유를 검찰이 마지못해 받아들이면서 노광일씨는 드디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경재 변호사는 변호인 신문에서 맨 먼저 노광일씨가 부원빌딩 건물 관리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증인은 정당에 가입한 사실이 있지요'라고 질문했다. 노광일씨는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통진당 당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노씨는 답변에서 '본래 통진당 당원이었으나 통진당이 해산된 후 정의당 당원이 되었고,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고 진술했다.
JTBC 기자가 고영태씨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던 태블릿 PC를 가져간 경위에 대한 이경재 변호사의 질문에 노광일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2016년 10월 18일 오전 11시쯤, 남자 한 명이 찾아 왔다. 신분을 물어보니까 JTBC 김필준 기자라고 말했다. 더블루케이 사무실 문을 열어 주니, 김필준 기자가 책상 속에 있던 태블릿 PC를 꺼내 들고 나왔다. 그 후 일곱 시간쯤 지나, 내가 퇴근할 무렵에 김필준 기자가 다시 나타나 태블릿 PC를 책상에 넣어 두고 갔다. 김필준 기자는 이틀 후(10월 20일)에 다시 찾아와 태블릿 PC를 가져갔다.'
노광일씨 증언으로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태블릿 PC를 가져간 사람은 JTBC 김필준 기자라는 사실이 처음 공개되었고, '충전기를 사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충전기를 꽂은 상태에서 비로소 태블릿 PC를 열어볼 수 있었다'라는 심수미 기자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법정에 있던 공판 간여검사들의 안색이 일순 어둡게 변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김필준 기자가 태블릿 PC를 갖고 간 지 7시간 만에 되돌려 주었는데, 이 일곱 시간 동안 JTBC 측이 태블릿 PC를 가지고 무슨 농단을 벌였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미 기자의 보도 중에 틀린 내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심수미 기자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의 관리 상태와 관련하여 '최순실씨가 이 사무실을 떠날 때 문을 열어두고 간 상태였고,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 부동산 중개인 등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보도했으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더블루케이 사무실은 보안업체 캡스에서 관리하며, 출입구엔 지문인식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지문이 등록된 사람만 문을 열 수 있는 구조인데, 지문을 등록해 놓은 사람은 고영태, 박헌영, 전지영, 이인훈씨 등 4명뿐이다. 전지영씨는 더블루케이 여직원이고, 이인훈씨는 고영태씨 사촌이다. 이인훈씨 지문이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은 더블루케이가 고영태씨 개인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입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심수미 기자의 보도와 달리, 그 사무실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심수미 기자는 태블릿 PC를 최초로 입수하고 공개한 취재로, 2016년 연말에 한국여기자협회에서 주는 '올해의 여기자 상(賞)'을 수상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심수미 기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심수미 기자는 '회사에서 인터뷰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필준 기자의 핸드폰에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통화를 요청했으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30대 초반인 심수미 기자가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취재를 열심히 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JTBC가 태블릿 PC 보도를 하기 보름 전인 10월 5일, 심수미 기자는 고영태, 이성한씨를 만난 적이 있다. 이 무렵 고영태씨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OO시청 펜싱팀 감독에게 소개를 부탁할 정도로 만나기가 쉽지 않은 '거물급' 인사였다.
그런 거물을 심수미 기자는 2시간 동안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이 만남을 주선한 사람이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이었던 이성한씨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이성한씨는 고영태씨가 나타나자마자, 뜬금없이 '최순실씨 취미가 뭐지?'라고 물었다. 기자의 취재 본능을 건드린 것이다. 여기자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고영태씨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며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고영태씨의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고씨는 검찰조사에서 '2016년 1월경, 최순실이 자신의 방에서 문서작업을 하다가 "프린터가 안 되니 도와 달라"고 하여, 다른 직원과 함께 최순실의 방에 가 보았더니 최순실의 책상 위 노트북 화면에 대통령의 연설문이 띄워져 있었고, 최순실이 문서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의 연설문이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한 차례 진술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연설문이 대통령의 연설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서 쉽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검사도 추궁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성한, 고영태씨의 말에 심수미 기자는 쉽게 말리지 않았다. 심수미 기자는 이들의 주장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심수미 기자는 JTBC 12월 8일자 '뉴스 룸' 시간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고영태씨는 "최순실씨가 탭을 끼고 다니면서 수시로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수정한다"라는 말을 했고, 이성한씨가 이를 부연하였습니다. 고씨는 최순실의 태블릿 PC 수정과 관련해서 말을 하면서, 최순실이 하도 많이 고쳐서 화면이 빨갛게 보일 지경이라는 표현도 했었습니다. 충격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이 나눴던 거에요. 그 말만 듣고서는 기사를 쓰는 것이 정말 불가능했었는데, (10월 18일에) 태블릿 PC를 발견하면서 (최순실의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보도를 하게 된 겁니다.'
이성한씨는 한겨레신문이나 JTBC 기자들을 의도적으로 만나, 30억 5천만원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대통령과 최서원씨의 관계였다. 이렇게 되자 한 번 시작한 이성한씨의 폭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밖에 없었고, 한미약품 30억 5천만원 건은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태블릿 PC와 관련된 JTBC의 첫 보도에서 국민들을 가장 실망시킨 것은 「드레스덴 연설문(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의 사전 유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행한 이 연설은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對北) 제안인데, 이 중요한 연설문이 최서원씨에게 사전 유출되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허탈해했다.
이 연설문의 사전 유출에 대해 정호성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교안보수석실에서 초안을 작성하여 연설기록비서관실로 보내면, 수정을 거쳐 부속비서관실로 보고됩니다. 드레스덴 연설문의 경우, 중요한 연설문이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많은 수정작업을 거듭하여 거쳤고, 독일 현지에서도 수차례 수정작업을 거듭한 기억이 있습니다. 독일 현지에서 수정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최순실과 공유하고 있던 이메일을 이용하여 최순실의 의견이 어떤지 문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호성 비서관의 진술을 종합하면, 최서원씨는 드레스덴 연설문의 수정작업에 관여했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정호성 비서관이 최서원씨에게 보낸 드레스덴 연설문은 초안은 검은 글씨로, 수정안은 빨간 글씨로 표시돼 있는데, JTBC는 빨간 글씨로 표시한 수정안 전부를 마치 최서원씨가 고친 것처럼 보도했다.
이는 전형적인 왜곡, 과장보도에 해당한다. JTBC가 첫 보도에서 「최서원씨는 드레스덴 연설문 수정작업에 관여했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렸더라면 국민의 실망감은 그토록 크지 않았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다음날 JTBC 보도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겨레신문 10월 25일자 보도다. JTBC의 특종보도에 자극받은 한겨레신문은 그동안 묵혀 두었던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 이성한씨 인터뷰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터뜨렸다.
김의겸 선임기자와 류이근 기자 이름으로 보도된 한겨레신문 2016년 10월 25일자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은 최씨와 가까웠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9월7일부터 9월25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16시간 동안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말한 내용이다.」
한겨레신문은 이 기사를 보도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씨의 증언은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나, 한겨레가 지난 두 달가량 취재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데다, 제이티비시(JTBC)가 24일 방영한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미리 열람하고 수정까지 했다’는 내용과도 부합하는 것이어서 보도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제보자 이성한씨가 검찰 조사에서 '기자가 허위 사실을 기사화하였다'고 진술했지만, 한겨레신문은 끝내 정정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 무렵 「8선녀」라는 존재하지도 않은 비선모임이 주류 언론을 장식했고, 종편에 출연한 정치평론가 혹은 시사전문가들은 이를 앵무새처럼 하루 종일 읊조렸다.
그렇다면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의 진실은 무엇일까. 다음 회에 계속된다.(계속)
[ 2017-04-15, 10:02 ] 조회수 : 7622 |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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