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4일 화요일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진보의 태도

2016년06월09일 11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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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진보의 태도
전남교육청은 교육부에 늑장보고, 전교조는 진보교육감에 침묵



전라남도교육청이 신안군 섬마을에서 벌어진 여교사 윤간 사건을 발생 2주만에 교육부에 보고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전국교육감 평가 1위를 기록할 만큼 직무수행 지지도가 높다.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벌어진 경악스런 교사 성폭행 사건을 허술하게 넘길 사람으로는 믿기 어렵다. 본인 스스로도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인권 만큼 교사들의 교육권리도 중요하다"고 밝힐 만큼 교사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게다가 장 교육감은 교육계의 성폭력과 인권문제에 어떤 곳보다 발 벗고 나서는 전교조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소위 진보교육감이다. 그러니 그런 교육감을 둔 전남교육청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3일 교육부에 보고하기까지 무려 2주씩이나 걸렸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사건으로 온 나라가 분노로 치를 떨고 있는 것과 다르게 한가해 보이기까지 한 전남교육청의 반응이다.


무책임한 전남교육청의 태도
새누리당 민생혁신특별위원회가 찾아간 자리에서 보고가 왜 지연됐느냐는 질문에 전남교육청 부교육감이 한 답변이 걸작이다. "교육부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경찰 수사 단계였고, 교육 중에 발생한 사망 사고도 아닌데다 일과 후 발생한 일이어서 보고 사안으로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 가관인 것은 "교사 관리 차원에서 빨리 발표할 사안이 아니었다"며 "정확한 사건 개요가 파악돼야 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학교 현장의 안정에 중점을 뒀다"고 한 부분이다. 교육부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전남교육청은 갑자기 2주 뒤에 보고했다. 아무것도 아닌 게 2주 만에 왜 보고해야 할 사안이 됐나. 이러니 전남교육청이 사건 은폐 의심을 받는 것이다. 마을주민과 학부모들이 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라는 간단한 내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렸다는 변명도 우습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학교 현장의 안정 운운한 부분은 가소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약 2주 간 전남교육청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무슨 일을 했다는 말인가. 이번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게 된 계기는 오로지 여교사의 용기와 지혜 덕분이었다. 눈앞이 캄캄할 그 순간에도 교사는 침착하게 경찰에 신고했다. 범인들을 잡을 결정적 증거를 제공하기까지 여교사는 스스로를 도왔을 뿐이다. 전남교육청이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필자를 비롯해 많은 국민은 알지를 못한다. 또 학교 현장의 안정을 위해서였다니 그게 말이나 되나.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덮으려던 의도를 은근슬쩍 돌려 말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황당한 얘기다. 자신들의 귀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학부모란 작자들이 번갈아 가며 성폭행을 했는데도 여교사가 꼬리를 쳤다거나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교사에 책임으로 덮어씌운 일부 마을 주민들과 전남교육청의 그런 태도가 도대체 뭐가 다른가.
진보교육감에 침묵하는 전교조와 언론의 무책임
전남교육청이 정말 교사를 위할 마음이 있었다면 재빠른 보고와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남교육청은 가만히 있다가 여론이 악화될 눈치가 보이자 2주 만에 겨우 보고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만채 교육감 본인 입으로 말한 교사들의 교육권리에는 교사의 안전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이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 입장문 한 장 내지 않는 것은 웃기는 일 아닌가. 장 교육감이 조치를 취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또 하나 분명히 지적해야 할 것은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전교조의 태도다. 전교조는 과거 한 초등학교 교장이 기간제 여교사에게 아침마다 차 심부름을 시켰다고 교권침해라며 규탄시위까지 벌인 적이 있다. 그러다 전교조 압박에 못 이겨 교장이 자살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랬던 전교조가 이번 사건이 벌어진 후 진보교육감을 향해서는 직접적으로 비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 그런 건가. 아니면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누구 말대로 피해자가 전교조 소속이 아니라서 그런 건가. 
전교조는 과거에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전교조 소속 여교사가 피해자임에도 기이한 침묵을 지키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여교사 차 심부름 하나에도 규탄하던 전교조가 이번 사건에 침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더군다나 본인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진보교육감 아래에서 벌어진 사건 아닌가. 전교조가 앞장서서 장만채 교육감과 전남교육청을 향해 매섭게 비판하고 개선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핵폭탄급 이슈로 부상하자 왠지 모르게 소극적으로 변한 일부 언론의 물타기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사건 발생 2주가 지난 뒤에야 보고받고는 여교사의 도서벽지 발령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가 여교사가 75%선에 이르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한겨레신문)"는 것이 전형적인 예다. 보고를 늦게 한 주최가 전남교육청이라는데 무슨 교육부를 탓하나. 안 그래도 이번 여교사 윤간 사건을 두고 끼리끼리 감싸고 은폐하려한다는 의혹이 크다. 섬마을 주민들까지 공개 사과한 마당에 전남교육청과 전교조 그리고 언론까지 제대로 처신하지 않는다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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