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의 착각 이상돈의 착각
이상돈 교수 비대위원장 영입 해프닝을 둘러싼 그들만의 거대한 착각
박한명2014.09.15 13:07:21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비대위원장 영입설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일부는 ‘합리적 보수’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이 교수의 영입무산을 아쉬워하는 눈치지만 어쨌든 다수 여론은 줄곧 여권에 몸담았던 이 교수의 느닷없는 야당행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교수 자신은 강성일변도의 거칠면서도 지리멸렬한 야당을 자신이 개혁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일부의 풍문처럼 단지 자리 욕심만으로 거대 야당 개혁을 진두지휘할 비대위원장직을 덜컥 받았다고는 믿기 어렵다. 온건파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경직된 당의 기류를 모르지 않을 텐데 개인적 욕망을 실현해가면서 그 험한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정치 전문가’라는 이 교수가 쉽게 판단했을 리 없다.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은 아무나 하나
필자가 궁금했던 건 새정연 개혁을 위한 이 교수의 방향설정이었다. 궁극적으로 새정연을 어떤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일까. 그런데 그 궁금증은 이 교수가 최근 한 중앙SUNDAY와의 인터뷰를 보고 풀렸다. “새정치연합이 다음 대선에서 집권하려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처럼 외연을 확대해 제3의 길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 보니 새정치연합 의원들 간에 시각차가 너무 크더라. 도저히 제3의 길을 택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걸 확인했다.” 영국 노동당이 간 제3의 길이 바로 새정연이 나아갈 길로 봤다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를 넘고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넘어 ‘한국식의 새로운 중도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수가 제시한 ‘제3의 길’ 목표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그 길을 가려면 어쨌든 당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혁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 교수와 그를 옹립하려던 박영선 원내대표는 그런데 이런 과정을 무시한 것 같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박 원내대표가 이 교수 영입계획을 의논한 것이 유일하게 친노·강경파의 좌장 문재인 의원이었다는 점, 그런 문 의원조차 당내 반발을 감당 못하고 박 원내대표와 진실게임을 벌인 모습을 보면 이 교수의 말처럼 새정연은 개혁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 돼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문 의원 동의만 얻어내면 이상돈 비대위원장 체제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착각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번 해프닝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문 의원이 친노의 좌장이란 건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그런 마당에 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박근혜 대통령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상돈 교수의 유일무이한 일관적 콘텐츠는 ‘반이명박’, 감이 되는 인물인가
이상돈 교수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도 있다. 새정연을 제3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이상돈 교수의 방향 설정에는 동의한다고 해도 그가 과연 그런 개혁을 이끌 적임자인가란 대목에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쉽게 말해 그의 진정성, 그가 내세운 핵심 아젠다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도무지 모르겠다. 이 교수는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부터 새누리당을 거쳐 만약 성사됐다면 새정치민주연합까지, 극과 극을 넘나든 게 사실이다. 혹평하는 이들 가운데 누구는 변절자라하고 누구는 기회주의자라고 하지만 이 교수가 일관되게 갖고 있는 원칙이 있다. 그는 알다시피 초지일관 '반MB'였다.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을 선택했을 때도, 박근혜 비대위에 합류했을 때도, 이번에 새정연에 합류할 ‘뻔’한 것도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의 못 말리는 ‘반이명박’ 정서는 “현재 새누리당은 전부 친이들로 채워진 MB 2기 정부”이기 때문에 탈당했다는 그의 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차대한 시기에 야당 개혁을 위한 비대위원장직에 거론된 이가 보여준 일관성이란 게 오로지 ‘반MB’뿐이라는 건 좀 황당한 이야기다. 4대강 비판, 광우병 선동 옹호 등 그가 이 오랜 세월동안 증명한 것이라곤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이명박(친이)에 대한 극도의 반대였다. 그의 골수에 박힌 듯한 반MB 정서와 증오에 가까운 반감 덕분에 박근혜 정부란 현실에서도 여전히 과거 정부와 싸우는 야당과 좌파언론은 그런 그를 ‘합리적 보수’로 추켜세웠고, 그의 반이명박, 반박근혜 발언 한마디 한마디를 주옥과 같이 여기며 열광했다. 그러다 급기야 박영선 원내대표로 하여금 그를 비대위원장으로까지 모셔갈 정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어떤 이념과 철학, 정책이 아니라 이 교수의 경우처럼 정적을 지독하게 비판하고 반대한대서 개혁의 적임자로 떠오른 경우는 보기 어렵다. 새정연과 이 교수의 연결고리는 오로지 ‘반여·반이명박(추가로 반박근혜까지) 정서’였을 뿐, 그 외엔 달리 아무런 공감대가 없었던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잘 몰랐던 박영선과 이상돈의 착각이 낳은 코미디
반이명박이란 콘텐츠(?)하나 가지고 이당 저당을 옮길 때마다 보여준 이 교수의 태도도 좋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회창 전 총재와 갈등하다 자유선진당을 박차고 나왔던 이 교수는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도 성숙한 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예의 ‘친이 타령’으로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마음이 떠났다. 이젠 정권이 교체돼야 할 것 같다. 정부가 계속 이렇게 (불통으로) 나가선 안 되잖나. 다음 정권까지 새누리당이 잡으면 MB(이명박) 정부 3기가 되는 것 아니냐.” 현 정부에 무슨 불만이 있는지는 몰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버젓이 권력을 행사하는 데 ‘MB정부 2기’ 운운하는 건 박근혜 정부 출범을 도왔던 사람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또 이명박 정부가 마치 무슨 악의 축이라도 되는 양 ‘MB정부 3기를 막겠다’는 식의 발언 역시 자신이 몸담았던 여권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의 비대위원장직이 무산되자 자신을 반대한 새정연 주류를 향해 “탈레반식 강경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당을 옮길 때마다 먹던 우물에 침 뱉는 식으로 ‘뒤끝’을 남기는 모습을 좋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박영선 원내대표와는 개인적인 공감이 있었더라도 이번 해프닝은 이 교수와 새정연이 서로 상대를 잘 모르고 거사를 치르려다 사고를 친 것이라는 게 확인됐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3의 길’ 개혁 타령을 한 것도 우스운 일이 됐다. ‘반MB’란 정서의 문제와 좌파정당의 환골탈태의 문제는 전혀 다른 얘기다. “새정치연합은 (나를 영입하려는) 박 위원장 같은 전략가 집단과 탈레반식 강경세력으로 쪼개져 있음이 이번 파동을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 같은 야당 사람들끼리 이렇게 견해차가 크다면 뜻 맞는 이들끼리 갈라서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질 듯하다.”는 이 교수 희망대로 새정연이 갈라설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친노와 강경파 위세에 박영선 원내대표가 별 저항도 못하고 바짝 엎드린 것만 봐도 그렇다. 이상돈 교수 해프닝은 모두의 착각이 낳은 산물이다. 자신이 원내대표로 있는 당을 실은 잘 몰랐지만 잘 될 줄로만 알았던 박영선과 새정연을 잘 모르면서도 ‘반MB’만 믿었던 이상돈, 그런 이 교수를 영웅으로 만들면 도움만 될 줄 알았던 좌파언론의 착각이 만든 한 편의 재미있는 코미디였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은 아무나 하나
필자가 궁금했던 건 새정연 개혁을 위한 이 교수의 방향설정이었다. 궁극적으로 새정연을 어떤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일까. 그런데 그 궁금증은 이 교수가 최근 한 중앙SUNDAY와의 인터뷰를 보고 풀렸다. “새정치연합이 다음 대선에서 집권하려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처럼 외연을 확대해 제3의 길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 보니 새정치연합 의원들 간에 시각차가 너무 크더라. 도저히 제3의 길을 택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걸 확인했다.” 영국 노동당이 간 제3의 길이 바로 새정연이 나아갈 길로 봤다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를 넘고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넘어 ‘한국식의 새로운 중도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수가 제시한 ‘제3의 길’ 목표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그 길을 가려면 어쨌든 당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혁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 교수와 그를 옹립하려던 박영선 원내대표는 그런데 이런 과정을 무시한 것 같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박 원내대표가 이 교수 영입계획을 의논한 것이 유일하게 친노·강경파의 좌장 문재인 의원이었다는 점, 그런 문 의원조차 당내 반발을 감당 못하고 박 원내대표와 진실게임을 벌인 모습을 보면 이 교수의 말처럼 새정연은 개혁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 돼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문 의원 동의만 얻어내면 이상돈 비대위원장 체제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착각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번 해프닝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문 의원이 친노의 좌장이란 건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그런 마당에 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박근혜 대통령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상돈 교수의 유일무이한 일관적 콘텐츠는 ‘반이명박’, 감이 되는 인물인가
이상돈 교수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도 있다. 새정연을 제3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이상돈 교수의 방향 설정에는 동의한다고 해도 그가 과연 그런 개혁을 이끌 적임자인가란 대목에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쉽게 말해 그의 진정성, 그가 내세운 핵심 아젠다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도무지 모르겠다. 이 교수는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부터 새누리당을 거쳐 만약 성사됐다면 새정치민주연합까지, 극과 극을 넘나든 게 사실이다. 혹평하는 이들 가운데 누구는 변절자라하고 누구는 기회주의자라고 하지만 이 교수가 일관되게 갖고 있는 원칙이 있다. 그는 알다시피 초지일관 '반MB'였다.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을 선택했을 때도, 박근혜 비대위에 합류했을 때도, 이번에 새정연에 합류할 ‘뻔’한 것도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의 못 말리는 ‘반이명박’ 정서는 “현재 새누리당은 전부 친이들로 채워진 MB 2기 정부”이기 때문에 탈당했다는 그의 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차대한 시기에 야당 개혁을 위한 비대위원장직에 거론된 이가 보여준 일관성이란 게 오로지 ‘반MB’뿐이라는 건 좀 황당한 이야기다. 4대강 비판, 광우병 선동 옹호 등 그가 이 오랜 세월동안 증명한 것이라곤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이명박(친이)에 대한 극도의 반대였다. 그의 골수에 박힌 듯한 반MB 정서와 증오에 가까운 반감 덕분에 박근혜 정부란 현실에서도 여전히 과거 정부와 싸우는 야당과 좌파언론은 그런 그를 ‘합리적 보수’로 추켜세웠고, 그의 반이명박, 반박근혜 발언 한마디 한마디를 주옥과 같이 여기며 열광했다. 그러다 급기야 박영선 원내대표로 하여금 그를 비대위원장으로까지 모셔갈 정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어떤 이념과 철학, 정책이 아니라 이 교수의 경우처럼 정적을 지독하게 비판하고 반대한대서 개혁의 적임자로 떠오른 경우는 보기 어렵다. 새정연과 이 교수의 연결고리는 오로지 ‘반여·반이명박(추가로 반박근혜까지) 정서’였을 뿐, 그 외엔 달리 아무런 공감대가 없었던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잘 몰랐던 박영선과 이상돈의 착각이 낳은 코미디
반이명박이란 콘텐츠(?)하나 가지고 이당 저당을 옮길 때마다 보여준 이 교수의 태도도 좋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회창 전 총재와 갈등하다 자유선진당을 박차고 나왔던 이 교수는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도 성숙한 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예의 ‘친이 타령’으로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마음이 떠났다. 이젠 정권이 교체돼야 할 것 같다. 정부가 계속 이렇게 (불통으로) 나가선 안 되잖나. 다음 정권까지 새누리당이 잡으면 MB(이명박) 정부 3기가 되는 것 아니냐.” 현 정부에 무슨 불만이 있는지는 몰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버젓이 권력을 행사하는 데 ‘MB정부 2기’ 운운하는 건 박근혜 정부 출범을 도왔던 사람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또 이명박 정부가 마치 무슨 악의 축이라도 되는 양 ‘MB정부 3기를 막겠다’는 식의 발언 역시 자신이 몸담았던 여권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의 비대위원장직이 무산되자 자신을 반대한 새정연 주류를 향해 “탈레반식 강경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당을 옮길 때마다 먹던 우물에 침 뱉는 식으로 ‘뒤끝’을 남기는 모습을 좋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박영선 원내대표와는 개인적인 공감이 있었더라도 이번 해프닝은 이 교수와 새정연이 서로 상대를 잘 모르고 거사를 치르려다 사고를 친 것이라는 게 확인됐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3의 길’ 개혁 타령을 한 것도 우스운 일이 됐다. ‘반MB’란 정서의 문제와 좌파정당의 환골탈태의 문제는 전혀 다른 얘기다. “새정치연합은 (나를 영입하려는) 박 위원장 같은 전략가 집단과 탈레반식 강경세력으로 쪼개져 있음이 이번 파동을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 같은 야당 사람들끼리 이렇게 견해차가 크다면 뜻 맞는 이들끼리 갈라서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질 듯하다.”는 이 교수 희망대로 새정연이 갈라설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친노와 강경파 위세에 박영선 원내대표가 별 저항도 못하고 바짝 엎드린 것만 봐도 그렇다. 이상돈 교수 해프닝은 모두의 착각이 낳은 산물이다. 자신이 원내대표로 있는 당을 실은 잘 몰랐지만 잘 될 줄로만 알았던 박영선과 새정연을 잘 모르면서도 ‘반MB’만 믿었던 이상돈, 그런 이 교수를 영웅으로 만들면 도움만 될 줄 알았던 좌파언론의 착각이 만든 한 편의 재미있는 코미디였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Copyright @2009 My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