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7일 토요일

결혼과 이혼 사이

◆2011/05/07(토) -결혼과 이혼 사이- (1102)








동물의 세계에서도 짝을 짓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먹을 것을 찾는 일, 먹이를 잡는 일 (맹수들의 경우에)은 어느 짐승이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하겠습니다. 여러 날 굶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먹이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모든 동물에게 있어 ‘필사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살아있는 모든 동물이 짝을 지을 의욕이 없다면 동물계는 이럭저럭 멸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동물들의 세계에는 결혼식이 없습니다. 식을 올리고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호모 사피엔스 뿐입니다. 그런데, 남녀평등의 새 시대가 등장하면서 결혼이 점점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혼이 남녀의 관계를 붙들어 매기가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입니다. 난혼의 원시시대는 말고, 1부1처제 (monogamy)가 자리 잡은 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는데, 이미 이 제도 자체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문명사회에서는 결혼한 네 쌍 중에서 한 쌍은 이혼을 한다고 하는데 머지않아 모든 결혼의 반은 이혼으로 끝날 전망이 크다고 합니다. 하기야 ‘세기의 미녀’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여덟 번이나 시집을 갔다고 하니, 결혼이니 결혼식이니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결혼식에 큰돈 들이는 사람들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습니다. “일생에 한 번하는 결혼인데!” - 그건 옛날이야기. 한 번할지 두 번할지 세 번할지 어떻게 압니까.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느니라” 주례하는 목사가 꼭 인용하는 성서의 구절입니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인지 아닌지 그 목사가 어떻게 압니까.



요새는 전문적으로 재혼을 주선하는 결혼상담소가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일전에 신문을 보니, ‘남부러운 재혼식시대’가 왔다고 하여 혼자 쓴 웃음을 웃었습니다. “두 번째니 더 화려하게”라는 풍조가 새로운 트렌드라고 합니다. 재혼을 한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재혼을 하면서까지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예식비용이 8000만원, 지중해 크루즈 등 문자 그대로 호화판이었습니다. 왜 그런지, “제 정신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결혼을 할 때에는 돈을 얼마나 쓰겠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짝을 지은 남녀가 애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지만 그들이 꼭 행복하리라고 내다보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인간의 생활의 신조는, “살림은 검소하게, 생각은 고상하게”로 압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Plain living and high thinking" - William Wordsworth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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