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조 파업으로 그렇게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법원은
29일 판결에서 이번에도 MBC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은 정당했고, 징계는 잘못됐다고 했다. 법원이 MBC
언론노조 파업의 본질을 알긴 힘들었을 것이다. 공정방송이란
대의명분을 위해 싸우다가 탄압당한 약자라는 강력한 프레임과 언론자유 보호라는 법정신은 다른 의미에서 언론노조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우리 편 사장은 괜찮지만 너희 편 사장은 안 된다는 노조의 정치투쟁은 관대한
법원의 보호를 받는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KBS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프로그램 ‘뿌리 깊은 미래’에 담긴 부정적 역사관을 지적했다고 ‘편향적 역사관’
‘정치심의’ 라고 비난받는 오늘이 보수우파 정권이라고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멀쩡한 국무총리 후보자가 친일파로
둔갑해 방송을 타고 낙마해도 권력자들, 지식인들 누구하나 크게 분노하지
않고 편안하게 잘들 사는 세상 아닌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무능한 인사가 부른 위기의 언론 현실
헌재가 종북으로 판명하고 해산시킨 통합진보당과 지난 총선 전 정책연대까지 맺었던
언론노조가 공정언론의 심판자처럼 나서는 지금의 부조리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보수정권이라도 소용없다. MBC 언론노조가 정치투쟁을 해도 그럴싸한 포장해서 공정보도만 내걸면 열심히
손들어주는 사법부가 있으니 보수정권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악당이란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KBS 이사회가 아무리 정부여당 추천 이사 수가 많으면 뭘 하나. KBS언론노조가 발끈하는데 찍소리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총리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왜곡프로그램이 징계를 받아도 누구 한명 책임지지
않는, 이승만·박정희 다큐는 안 되고 정율성은 되는 그런 현실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우위
구조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것이나 다름없는
대한민국 대표 보도전문채널 YTN 사장은 처음부터 이해하기 힘든 행보로
많은 이들을 실망부터 시켰다.
지난 2012년 당시 총선 전에 통합진보당과 언론노조가 맺은 정책협약에는 무시무시한
내용들이 많다. ‘언론장악 진상규명 청문회’ ‘언론악법 개정 및 종편 사업자 규제’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 등 친정권 낙하산 사장 퇴출’ ‘친정권·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한 공영언론 지배체제 개선’ ‘피해 언론노동자의 명예회복 및 피해구제’ ‘방송통신위원회 전면 개편, 통합방송위원회(가)
설립’ ‘검열기구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재구조화 및
인터넷 행정심의 폐지’ ‘시민이 결정하는 수신료위원회 설치’ ‘지상파방송 및 유료방송의 시청자위원회 강화’ ‘지상파방송 제작자율성 확대’ ‘ 방송사업자 소유 규제’ ‘박근혜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진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 및 명예훼손 형사처벌 철폐’ ‘인터넷 실명제 폐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정 참여’ 하나같이 혁명적이고 전복적 사고가 배어있는 것들이다. 언론사의 진정한 주인이 자신들임을 증명하는 깃발을 꽂겠다는 섬뜩한 의도가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KBS 이사진 MBC 방문진 이사진 전원 물갈이로 언론 위기 극복해야
진보좌파세력의 경우와 다르게 보수우파에겐 공영방송 지배구조나 보수우파 정권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생각보다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 중요한 건
누구냐, 어떤 철학과 능력을 가진 인물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여당 우위의 지배구조 하에서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은 한자리 누리는데 만족하며 지내는
무능한 인간형이거나 낮에는 이쪽 밤에는 저쪽 왔다 갔다 하는 박쥐형이거나 잘난 이기주의자들뿐이다. KBS 이사회 11명의 이사 중 7명이 정부여당 측 인물들이라는데 KBS 사장은 야당의 힘으로 만든 조대현 사장이다. 그리고 그 사장 밑에서 문창극 보도 낙마사태가, 여전히 편향보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정권의 무지와 어리석음이 만든 지금의 YTN 현실은 거론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얘기다. 종북세력과 정책연대까지 맺었던 언론노조가 장악하다시피 한 언론지형, 나아가 정치지형의 전복을 꿈꾸는 이들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건 단지
머릿수가 아니라 실력과 소신, 담대함과 같은 덕목을 갖춘 이가
있느냐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무능력자, 출세주의자,
이기주의자들로 가득한 KBS 이사회와 방문진 내부를 싹
갈아치우지 않고서는 어림없는 얘기다. 그러나 YTN 사장의 경우를 볼 때 몇 달 후 있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인물들로 가득할지 벌써부터 두렵다. 이보다 더 끔찍한 악몽과
같은 장면들이 펼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한숨이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방문진 이사와 KBS 이사 선임의 문제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지프스의 부조리처럼 느껴지지만
단언컨대, 결국 사람이다. 어떤 이들이 공영방송 이사회에 들어가느냐에 대한민국 언론, 나아가 국가정체성과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념없고 탐욕적인 이기주의자들로 아무리 머릿수 넘쳐봐야 공영방송 개혁은
언감생심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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