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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합의에 따라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은 중단됐다. 사진은 파주 1사단과 중부 지역 등 2곳에서 군인들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는 모습.ⓒ연합뉴스 |
“아버지
김정일이었다면 대북 확성기에 그렇게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만의 새로운 특징이다.”정확히는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북한군 도발부터 지난 25일 극적으로 합의한 남북 고위급 접촉까지의 20여일 동안의 상황에
대해 ‘대북 확성기 중단’에 목을 맸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태도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평이다. 북한
민주화 운동가로 지난 2005년 12월 ‘열린북한방송’이라는 대북 민간 방송을 운영했었던
하태경 의원은 누구보다 김정은의 알레르기 반응을
더 면밀히 지켜봤다. ‘대북 확성기 중단’에 그만큼 김정은이 절박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이면서. 최근
하 의원은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민간 방송사업자에게 주파수를
배정하고 이들 방송에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허용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 의원을 만난 것은
26일 서울역에서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청와대 오찬에 초청받은
직후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기장군에 내려가기 직전이다. "한반도
구석구석까지 방송 가능한 AM 주파수 할당 절실"북한을
무너뜨릴 최고 비대칭 전력으로
급부상한 ‘대북방송’과 관련, 주파수를 배정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부터 물어봤다. 하 의원은 “주파수 배정은 예를 들어 89.1Mhz 등의
라디오 채널을 받는 것”이라며 “특히 AM 주파수를 받으면 훨씬 잘 들리고 전파력이 세고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파수를 과학적
용어로 정리하면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 동안에 진동하는 횟수’를 말한다. 이런 주파수, 즉 전파는 한 나라에서 운영할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매년 방송사들 마다 ‘황금 주파수’ 할당 문제로 치열하게 격돌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주파수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대부분 공중파에서 갖고 가며 일부 종교방송이 나눠쓰고 있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풍족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통일을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민간 대북방송에 국내에 있는 주파수를 일정 부분 할당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간 대북방송의 경우, 주파수를 쏘는 송신소가 해외에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지역 멀리까지 보내려고 단파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문제는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날씨나 계절에 따라 잘 들릴 수도, 안 들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
의원은 “국내에 있는 AM이나 FM의 경우 해외 단파 방송보다 도달 거리가 짧지만 직진으로 쏘기 때문에 안정성이 있다”며 “FM의 경우에는 일개
도(道) 정도만 커버할
수 있어 이왕이면 한반도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AM을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현실에 대해 은밀하고도 구석구석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국내 송신소가 있는 라디오 방송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탈북자들
가운데 라디오를 듣기 위해 채널을 돌렸을 때 한국의 AM방송을 들어봤다는 증언이 쏟아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이
때문에 민간 대북방송 단체들은 주파수 문제만 해결되면 송신소 설치 등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모금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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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하태경 의원실 제공. |
“대북정책
수단의 패러다임 변화 필요, 미디어 중심 신 패러다임 고민해야”아울러
하 의원이 이번 사태로 주목한 것은 새로운 대북정책 수단으로 미디어 중심의 신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하
의원은 “과거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면 주로 경제적 제재와 외교적 제재를 많이 썼는데 실제 별 효과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확성기 방송 하나만으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북 확성기를 포함한 대북 미디어의 정책효과에 대해 심층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하
의원은 “예를 들어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다”며 우리가 활용가능한 대북 미디어에는 전단,
확성기, 라디오, TV 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10월 10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방법은 유엔에서 경고하고 제재조치를 취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전단, 확성기, 라디오, TV 등 미디어 중에서도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핵실험을 했을 때 또 사이버 테러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처럼 확성기 방송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미디어 수단을
동원할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합의서에 언급된 “비정상적 상태”에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 대응 방식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미디어를 대북 정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미디어 정책과 관련해 하 의원은 정보전달효과와 긴장 고조 상황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전달효과로
따지만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한 군인들을
대상으로 60만명, 라디오 방송은 200~300만명, TV 방송은 대략 천만명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긴장고조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타깃이 명확한 확성기 방송이 가장 높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전단 살포, TV방송, 라디오 방송을 들 수 있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이 가운데 긴장을 최소화하면서 정보전달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역시 ‘라디오 방송’”이라며 “라디오 방송은 혼자 몰래 듣기
때문에 누가 듣고 있는지 얼마나 듣고 있는지 북한 정부도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라디오 주파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인데 문제는 담당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부터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북한인권법도 11년이 다 되도록 통과를 못시키고 있는데 ‘방송법 개정안’이 쉽겠는가”라면서도 “이번 사태에도 보았듯이 정부가 라디오
주파수만 뚫어주면
민간에서 대북 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현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하 의원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김정은의 상황을 김정은 개인 내면에 대한 것과 북한 주민들의 체제 변화 영향에 대한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하
의원은 “‘무박 4일’이라는 긴 회담동안 김정은은 오로지 ‘확성기’이야기 밖에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확성기의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고 실제 북한체제를 흔드는 굉장히 주요한 무기가 됐지만 부분적으로만 그렇다”고 운을 뗐다. 먼저
하 의원은 김정은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두려움을 설명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이 대북방송에 겁내는 것은 외국경험 때문
인 듯하다”며 “김정은 자의식 속에는 북한체제가 얼마나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사회인지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소식들이 (북한 내부로) 들어오게 되면 북한체제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이 때문에 아버지
김정일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두려워 한다는, 김정은의 주관적 느낌 정도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체제변화에 대한 영향은 이와는 좀 별개라고 했다. 하 의원은 “확성기는 군인들 위주로 듣고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되는 속도는 늦다”며 “물론 영향은 있지만 확성기 방송 하나로 북 체제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과장된 반응”이라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데일리안
= 동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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