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7월에 방영된 SBS의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 편을 제작한 PD와 민변 소속 변호인들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병현)는 14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PD와 이
사건 변호인들에 대한 고소가 접수돼 서울경찰청 보안2과에서 수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 사건 조작 의혹을 다룬 해당 방송은, 국정원과 검찰이 여성
탈북자 이모씨를 간첩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제보자인 최모씨 실명을 그대로 노출했다. 최씨의 실명이 적힌 국정원 수사보고서를 방송을
통해 그대로 노출시켰던 것이다. 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최씨는 PD와 민변 측 변호사들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최씨는 “이름이 공개돼 명예가 훼손되고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고소한 민변 측 변호사는 장경욱·박준영 변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변호인 쪽에서 수사기록을 방송사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가 증거로 제출할 서류 등을 사건 또는 소송 준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타인에게 교부 또는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통상의 절차에 따라 고소 사건을 조사하는 상황”이라며
“간첩 신고자 신원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공개됐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는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방송이 인권 침해하고 생명 위협받게 해도 공공의 이익? 민변과 PD
구하기만 ‘올인’
한편, 좌파진영 언론들은 이 사건을 간첩사건 잇단 무죄를 끌어낸 민변 측 변호사들을
타깃으로 한 ‘정치적 보복’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검찰과 갈등’ 민변 장경욱 변호사 이번엔 수사대상”이란 제목으로 보도하고
“공안기관들과 갈등을 빚어온 변호사가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라며 “검찰과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직파
간첩 사건’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돼 궁지에 몰렸는데, 장 변호사는 두 사건에서 검찰과 맞섰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더 노골적인 “공안당국, ‘간첩조작’ 방송했다고 PD까지 수사”란 제목으로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그러나 방송했다고 PD까지 수사한다는 허위에 해당한다. 방송에서 신변이 노출돼 신변 위협을 느낀 사건제보자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기관지 미디어오늘도 “이젠 간첩사건 의혹 방송한 SBS PD까지 수사
착수”란 제목으로 해당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은 수사기록이라고 할지라도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위법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며 “특히 수사 착수 대상자가 언론 관계자를 포함해서 최근 진술 거부 강요 등 변호인 활동으로 징계 요청을
받은 장경욱 변호사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매체는 “검찰이 국정원 간첩 사건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자백을 받아내 간첩을 조작하고 있는 정황을 폭로하며 무죄를 이끌고 있는 변호인에 대해 손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라고도
했다.
박한명 미디어평론가는 “언론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선동하는지 이번 사건
보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며 “간첩조작 의혹을 제기했다고 수사하는 게 아니라 SBS가 방송하면서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인권을 소홀히 다뤄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는 상황에 처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언론이 방송이 저지른 개인의 인권 침해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고 민변과 검찰이 불편한 사이인 것만 지적하고 그로 인해 이번 수사가 시작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자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덧붙였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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