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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일 일요일

돌연사 하지는 않았다

돌연사 하지는 않았다
자살로 보기도 어렵다
유병언은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 검경이 발표한 내용 중 쟁점을 정리하면 이러하다.

1.
DNA검사와 지문(指紋)분석에서 발견된 사체는 유병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각종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다. 논자들은 1년에 2만 명 정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DNA검사가 이뤄지고, 42일 만에 감식됐다는 등의 근거를 댄다. <혹 유병언이 DNA샘플을 바꿔치기 한 것은 아닌가? 유병언은 이 모든 상황을 조작한 뒤 어딘가에서 비웃고 있지는 않을까?>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추측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검경은 시중에 떠도는 의문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검경의 적극적 설명이 없다면, 음모론은 확산되고 공권력의 권위와 신뢰는 무너져 갈 것이다. 안타깝지만 천안함 폭침도 국민의 1/3이 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2.
‘유병언이 사망한 것이 맞다’는 전제 아래 추리해본다. 자살한 것인가? 돌연사인가? 살해된 것인가?

돌연사(突然死)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언론은 73세 고령에 고혈압 당뇨가 있었던 유 씨가 도망치던 중 심근경색·뇌경색·뇌출혈로 죽거나 비가 오는데 만취한 상태로 야산에 자다가 추워서 죽었을 수(저체온증) 있다고 말한다.

황당한 추론이다. 도망치다 돌연사 했다면, 최소한 몸부림이라도 쳤어야 한다. 유 씨는 신발을 벗고, 두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놓은 채 머리는 동쪽을 향해 편하게 누운 자세로 죽어 있었다. 긴급 도피 과정에서 무리하게 뛰어가다 죽은 모습은 절대로 아니다.

자살(自殺)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말 많은 유 씨가 유서도 없이 죽었다? 술도 안 마시는 유 씨가 소주·막걸리에 독극물을 타서 마시고 죽었다?

마찬가지로 황당한 추론이다. 독극물 자살을 한 사체의 모습이 아니다. 최소의 몸부림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소주·막걸리 병은 가방 안에 얌전히 들어가 있었다. 경찰의 1차 부검 결과, 독극물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유 씨의 DNA검사를 믿어야 한다면, 자살 가능성도 없다고 믿어야 한다.

돌연사(突然死)·자살(自殺) 확률이 극히 적은 근거는 또 있다. 유 씨 사체 주변엔 안경(眼鏡)도, 돈도, 지갑도, 휴대폰도 없었다. 유 씨가 들고 있던 20억 현찰은 어디로 갔나? 그를 교주처럼 떠받들던 수많은 조력자는 어디에 있었나?

돈·지갑·핸드폰은 죽은 뒤 누군가 훔쳐갔다 해도 안경을 훔쳐갈 이유는 없다. 사체엔 아랫니가 하나도 없었다는데 육표는 어떻게 나왔나? 틀 이를 썼다면 어디로 갔을까? 이 모든 정황은 ‘혼자서 야산을 헤매다 하루 한끼 간신히 버티며 비료 포대에서 육포를 뜯다 초라히 생을 마감한 것’이라는 언론의 추론을 무색케 만든다.

3.
살해(殺奚)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살해는 독극물은 물론 상해·폭행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 독극물 검사에 잡히지 않았고, 사체에 목 졸린 흔적이 없다고 살해가 아니라 말하기 어렵다. 이해할 수 없는 정황은 살해된 후 연출된 것으로 본다면 설명이 된다.

술을 안 마시는 유 씨 주변에 비워진 소주병, 10년 전 단종(斷種)된 보해골드 소주 병, 자연식을 하고 발견 당시 아랫니도 없는 유 씨 옆에 머스타드 소스와 육포.

또 있다. 언론에 보도된 신 모씨(34) 검찰 진술에 따르면 “회장이 밤에 혼자 나갔다. 금방 올 줄 알았는데 안 들어왔다”는 증언과 함께 “누군가 회장을 데리고 나갔다”는 증언이 나온다. 지인(知人)이 유 씨를 데리고 나가서 살해한 뒤 상황을 연출한 정황이다.

유 씨가 가지고 있던 현금 20억 원을 노렸을 수도 있고 더 큰 비밀의 폭로를 감추기 위했을 수도 있다. 유 씨에게 뇌물을 받아온 실력가 또는 그와 연결된 측근은 아닐까? 동기가 어떻건,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 높은 추리다.

유 씨가 5월25일 순천 송치재 별장에 아예 없었을 수도 있다. 6월12일 사체가 발견될 때까지 17일 간 80% 사체가 썩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장 출동을 한 경찰은 “경험상 시신은 숨진 지 6개월 정도 됐을 정도로 부패가 심했다”고 말했다. 미리 살해한 뒤 사체를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닐까? 물론 이런 가능성은 높지 않다.

4.
세월호 참사 이후, 유 씨의 도주와 사체가 발견된 모든 과정은 돈과 물질이 신(神)이 돼 저질러진 부정·부패의 확산, 법치와 질서의 파괴, 거짓과 선동의 만연 그리고 국가적 리더십 결핍의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한국은 지도자와 지도층이 사라진, 난세(亂世)에 이미 들어서 버렸다.

written by (사) 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

김성욱의 전체기사 2014년 07월23일 13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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