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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3일 화요일

박세일의 ‘알박기’와 김무성의 선택

박세일의 ‘알박기’와 김무성의 선택


'국민생각', 진정한 국민생각 알아야

오윤환2012.03.13 14:19:42



박세일 대표와 ‘국민생각’의 ‘생각’은 도대체 뭘까? 박 대표의 신당 ‘국민생각’에는 현역의원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여옥 의원이 탈당하고 입당함으로써 1명의 소속의원을 거느리게 됐다. 박 대표는 전 의원을 즉각 대변인에 임명했다. 전 의원을 ‘비례대표 1번’에 내정했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인사다. 공천탈락자든 뭐든 일단 ‘변절자’를 당의 ‘입’으로 내세운 것이다.



박 대표와 국민생각이 이삭줍기에 성공하자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의 합당 가능성이 흘러 나왔다. 박 대표가 선진당 심대평 대표와 만나 “국민생각이 현역의원 5명 이상을 확보해 소속의원 15명인 선진당과 합당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알박기’다.



전여옥 의원의 국민생각 입당이 박세일-심대평 회동 이전인지 이후인지 불분명하다. 다만 전 의원이 공천탈락에도 불구하고 “절대 탈당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국민생각으로 내달린 것은 박 대표의 국민생각-선진당 합당 구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박 대표와 국민생각은 최소 4명의 현역의원을 더 붙잡아야 한다.







‘보수’ 자처하는가 하면 어느새 ‘진보’로







박 대표로서는 새누리당의 공천 내홍으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흥분했을 수 있다. 새누리당이 현역의원, 특히 친 MB 세력을 무더기 탈락시킴으로써 ‘이삭줍기’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4명만 더 영입하면 뉴 국민생각-선진당은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달게 된다. 또 선거를 앞두고 국고보조금 ‘10억원’도 챙길 수 있다. 10억원은 총선 때만 아니라 분기별로 들어오게 된다. 그 유혹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듯한 학자인 박 대표가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자유선진당과는 기본적으로 시대를 보는 안목이 같다”고 한 것을 나무라기도 그렇다. 그러나 국민생각-선진당 합당은 그야말로 부동산 투기현장에서 난무하는 ‘알박기’다. 무대만 정치판으로 옮겼을 뿐 영락없는 알박기다.







박 대표와 국민생각의 노선은 무지개다. ‘보수’를 자처하는가 하면 어느새 ‘진보’로 표변한다. 박 대표 측근은 "새누리당은 보수 노선에서 일탈해 복지 지상주의의 짝퉁 좌파(左派)의 길로 가고 있다"며 "새누리당 노선과 가치를 견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급사하자마자 ‘조문’(弔問)을 주장한 쪽이 국민생각이다.







박 대표는 "동교동계, 상도동계, 호남, 영남, 진보, 보수 등이 뭉쳐 선진화와 통일 시대를 활짝 열자는 게 국민의 기대"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보수에서 일탈했다고 비난하면서도, “여당에 실망하고 나오는 움직임이든 야당에 실망하고 나오는 움직임이든 새로운 정치를 만들려면 꿈틀거림이 있어야 한다. 연대가 가능하다”고 이념적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고 이탈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식이다. ‘상도동계’ ‘동교동계’는 도대체 뭔가? 그게 ‘국민생각’인가?



박 대표는 박근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이 동조한 행정도시법에 반발, "수도 분할은 국가적 재앙"이라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강단 있는 정치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세종시 수정안에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선진당과 힘을 합치겠다고 나섰다. 박 대표의 변신이 현란하다. 허긴 선진당은 ‘알박기’의 유전자를 구 자민련으로부터 이어받은 정당이니 국민생각과의 합당이 결코 이상한 일도 새로운 일도 아닐 것이다. 2000년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자 김대중 민주당으로부터 배기선 의원 등 3명을 ‘임대’받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따라서 국민생각이 5명의 ‘전여옥’을 확보한 뒤 합당해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해도 선진당으로서는 허물이 아니라고 여길지 모른다.







제2의 전여옥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







그러나 박세일 대표의 알박기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해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세력 돕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백의종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새누리당 잔류로 당장 진수희 의원이 탈당을 보류했고, 다른 공천탈락자들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인천의 이윤성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지만 ‘무소속 출마’이지 국민생각 행은 아니다. 울산 최병국 의원도 마찬가지다. 탈당할지언정 보수분열의 책임을 뒤집어쓰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읽힌다. 제2의 전여옥이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다.



더 결정적인 것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국민생각 외면이다. 정 전 총리는 “박 대표가 추진하는 비박 연대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 이번 총선에 출마할 생각도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선진당 심대평 대표도 국민생각과의 통합에 대해 “합당이나 연대가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고 한발 뺐다. 박 대표와 국민생각의 ‘알박기’가 그 위치를 찾지 못해 헤매는 양상이다.







13일자 조선일보는 박세일 대표 측근이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패배하는 희생이 있더라도 끝까지 갈 것이다.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변화를 모색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연말 대선에선 힘을 합칠 수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제야 박 대표와 국민생각의 ‘생각’이 읽힌다.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대거 낙선하더라도 국민생각의 ‘힘‘을 보여줘 대선에서 ’지분‘을 요구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 것도 ’힘‘은 ’힘'이다. 그러나 그건 창조 아닌 파괴적 ‘힘’일 뿐이다.



박 대표와 국민생각은 진짜 국민생각이 무엇인지 헤아려야 한다. 국민이 분열세력에 매우 냉정했고, 때로는 혹독했다는 사실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0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조순, 이기택, 김윤환 등이 모여 만든 ‘민국당‘을 보면 답이 나온다. 기라성같던 중진들이 지역에서 전멸한 민국당의 몰락을 국민생각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무성 의원과 정여옥 의원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친박’이었고, 둘 다 ‘반박’으로 돌아선 전력이 있다. 또 둘 다 공천탈락이라는 ‘보복’의 칼을 맞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진로는 180도 다르다. 전 의원이 “내가 왜 새누리당을 탈당하느냐?”고 하자마자 국민생각으로 달려간 반면 김 의원은 "해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세력 돕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김 의원 발언을 뒤집으면 전 의원은 "해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세력 돕는 일은 한 것“이 된다.







총선은 ‘해적’과 ‘영해수호 세력’과의 승부







이쯤 되면 전 의원의 전력을 살펴야 한다. 전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 출신이다. 국민통합21에서 정몽준 후보 연설문 작가로 일하며 국민통합21 창당대회 때 정 후보 추대발언까지 했다. TV토론에 통합21측 패널로 나와 이회창 후보 불가론을 강하게 주장한 인물이다. 전 의원은 결국 국민통합21에서 국민생각으로 돌아간 꼴이다.







4월 국회의원 선거는 김무성 의원에 의해 너무도 분명히 그 성격이 규정됐다. ‘해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세력과 해군을 영해수호세력으로 존중하는 세력 간의 건곤일척’이다. 그렇다. “해군이 해적”이라는 주장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세력은 대한민국에 ‘악’(惡)이 분명하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독선과 좌클릭에 분노한다고 "해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세력에게 나라를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탈북자의 눈물에 모래를 끼얹는 집단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 ‘악’과의 싸움에 누가 이적행위를 하고 있는가? 누가 알박기의 대가인가?

오윤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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